FEATURE - ALFRED HITCHCOCK MOVIES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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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 감독을 꼭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감독의 작품들은 다 봐버려야겠다' 하는 감독이 딱 두명 있다. 하나는 쿠엔틴 타란티노, 또 하나가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둘 다 감독의 캐릭터가 뚜렷하며, 영화가 장르에 치우치지 않으며 복합적인 편이고(특히 타란티노의 경우), 영화에 볼거리가 많으며 일단 재미있다.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그가 감독을 맡은 13편의 영화들 중 <저수지의 개들(1992)>, <펄프 픽션(1994)>, <재키 브라운(1997)>, <킬빌 vol.1(2003)>, <킬빌 vol.2(2004)>, <데스 프루프(2007)>, <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 <장고:언체인드(2012)> 총 8편과 그가 참여한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 <마셰티(2010)>를 본 상태이다.
최근 들어 고전영화에 꽂혀있던 나는 이번에는 히치콕의 영화들을 섭렵해보아야지 하는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이 양반은 하도 만든 영화가 많아서 다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또 영화가 많다보니 보고나면 서로 내용이 짬뽕이 되어 기억하는 데 또한 어려움이 있다.
해서 현재까지 본 그의 영화들을 짧게나마 리뷰로서 남겨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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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커튼>(1966)
출연: 폴 뉴먼, 줄리 앤드류스, 노베르트 메이셀, 에릭 홀란드
줄리 앤드류스와 폴 뉴먼이라는 대 스타(?)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히치콕의 영화 중 스토리가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에 '왜 제목이 '굳이' 찢어진 커튼인지'에 대해 한참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히치콕의 영화들에는 저마다 약간씩의 plot twist, 즉 반전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비해 이 영화에서는 그에 관해서는 별 신박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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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1963)
출연: 티피 헤드렌 (멜라니 다니엘스 역), 수잔 플레셰트 (애니 헤이워스 역), 로드 테일러 (미치 브레너 역),제시카 탠디 (리디아 브레너 역)
아마 가장 처음 봤던 히치콕의 영화일 듯 싶다.
흔하지만 약하게, 하찮게 느껴졌던 소재가 무서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고전영화라 그런지 잔인함이나 무서움의 가시적인 정도는 약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으나 시커먼 새들이 전깃줄이고 집 마당이고 다닥다닥 모여있는 장면들은 영화가 끝나도 뇌리에 남을 정도로 소름을 끼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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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출연: 캐리 그랜트 (로저 O. 쏜힐 역), 에바 마리 세인트 (이브 켄덜 역), 제임스 메이슨 (필립 밴담 역),제시 로이스 랜디스 (클라라 쏜힐 역)
이 영화를 볼 때쯤, 아마 느꼈던 것 같다. 히치콕의 영화는 반전이라는 스토리 요소에 대해 집중하고 분석하려 들면 안되는 것을.
대부분의 히치콕 영화가 긴 러닝타임에, 복잡한 스토리 구성을 지니고 있어 영화가 끝나고 영화의 내용을 다시 떠올릴 때 금방금방 스토리라인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사건전개와 소재로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몰입감이 충분한 영화이다.
영화 초반 그래픽적인 느낌이 드는 오프닝 크레딧은 60년대 이전에 제작된 영화임을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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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프>(1948)
출연: 팔리 그레인저, 존 달, 제임스 스튜어트, 에디스 에반슨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올가미>라는데 내 머릿속에는 한국영화 중 고부간의 섬뜩한 갈등을 그린 윤소정, 최지우 주연의 <올가미>밖에 떠오르지 않는다;;(진짜 무서웠거든;;;)
'칵테일 파티'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동성애 커플이 심심풀이로 살인을 저지른다. 후에 파티에 참석한 그들의 은사인 콜뎀 교수(제임스 스튜어트)에 의해 범행이 밝혀지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그려져 있다.
원래 관객들 똥줄타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더욱 식상한 클리셰이기도 하고. 그러나 고전영화 특유의 맛이 있어서일까, 요즘에 나오는 덧없는 스릴러들의 느낌은 아니다. 확실히 몰입감이 있고 보다보면 어느새 범인들의 똥줄타는 심정에 자연히 공감하게 된다.
히치콕의 다른 영화들에서는 고뇌에 빠지고, 망설이고, 함정에 말리는 캐릭터를 맡았던 제임스 스튜어트가 <더 로프>에서는 완벽한 추리와 함께 살인범들의 범행을 냉철하게 까발리는(?) 교수로 등장하여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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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1946)
출연: 캐리 그랜트 (T.R. 데블린 역), 잉그리드 버그만 (알리시아 휴버먼 역), 클로드 레인즈 (알렉산더 세바스찬 역),루이스 칼헌 (폴 프레스콧 역)
첫번째 볼 때와 두번째 볼 때의 느낌이 달랐던 영화.
처음 보았을 때는 그리 큰 감흥이 없었을 뿐더러 영화를 보고 난 후 내용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후에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여타 다른 히치콕의 스릴러들 중 손꼽힐 만한 몰입감과 재미가 있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미모.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 이런 류의 엔딩이 좋다.